요즘 AI 얘기를 하다 보면 결국 다 AX 얘기로 넘어간다. 이것도 그런 얘기다.

나는 경영진은 아니다. 그래도 회사가 돌아가는 걸 옆에서 보다 보면 드는 생각이 있다. AI가 붙으면서 일이 쉬워질수록, 오히려 의사 결정이 더 중요해진 것 같다.

원래 이렇게 돌아가야 한다

일이 잘 되는 회사는 이런 고리가 돈다.

영업이 일을 따온다. 매출이 오른다. 늘어난 일을 돌릴 사람을 뽑는다. 사람이 늘었으니 또 일을 따올 수 있다.

따오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게 동력이다. 더 열심히 해서 더 많이 따오면, 그만큼 회사가 커지고 나도 숨 쉴 틈이 생긴다.

고리가 끊기는 지점

문제는 세 번째 칸이다. 매출은 늘었는데 사람을 안 뽑으면?

일을 따온 사람한테 남는 건 늘어난 일뿐이다. 야근이 늘고, 다음 달도 똑같다. 그러면 사람은 금방 계산을 한다.

"아, 영업을 해야 되나? 따올수록 내 일만 늘어나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솔직히 이건 AI가 있든 없든 비슷했던 것 같다. 예전에도 있던 얘기다.

그런데 AI가 붙으니 더 심해졌다

역설적인 건 여기부터다.

일을 따왔다. 이제 이걸 돌려야 한다. 그런데 돌아오는 말이 이렇다.

"그거 AI가 다 해주잖아. 사람 안 뽑아도 되지?"

AI가 생산성을 올려 준 건 맞다. 근데 그 계산에서 빠진 게 있다. 5편에서 썼듯 빨라진 시간은 검수와 재작업으로 다시 채워진다. AI를 붙여도 그 일을 판단하고 책임지는 건 사람이다. 결과적으로 일은 늘었는데 사람은 그대로고, 야근은 또 늘어난다.

그러면 다시 같은 결론이다. 영업을 덜 하자.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AI가 다 해주잖아"라는 말 한마디가, 예전보다 더 빨리 그 고리를 끊는 것 같다. 예전엔 "사람 뽑기 어렵다"는 핑계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AI가 그 자리를 너무 그럴듯하게 채워 준다.

반대로 가는 회사들

재밌는 건, AI 시대인데도 사람을 더 적극적으로 뽑는 회사들이 있다는 거다.

왜일까. 내가 보기엔 계산이 다르다.

AI로 생산성이 올랐으니 사람을 줄이자, 가 아니라 이렇게 본다. 생산성이 올랐으니 예전엔 못 받던 일까지 더 수주하자. 그리고 그걸 더 많이 돌리자. 그러려면 사람도 더 필요하다.

같은 AI를 쓰는데, 한쪽은 비용을 줄이는 데 쓰고 한쪽은 판을 키우는 데 쓴다.

결국 판단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여기서 하나 더 생각하게 됐다.

AI로 생산성을 아무리 끌어올려도, 그 결과를 보고 "이거 맞다, 이건 아니다"를 정하는 건 결국 사람이다. 일이 많아질수록 판단할 일도 같이 많아진다.

그러니까 잘 되는 회사는 AI로 생산성을 올리는 데서 끝나지 않는 것 같다. 그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을 길러 낸다. 그런 회사가 더 빨리 크지 않을까, 요즘 그런 생각이 든다.

내보내는 회사, 메우는 회사

요즘 기업 안에서 돌아가는 걸 보면 반대 방향도 보인다.

"AI 있으니까 사람 뽑지 말고, 있는 사람도 내보내자." 이렇게 가는 회사들은 점점 매출이 줄어드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사람으로 다시 메우는 회사들이 더 크고 있는 것 같다.

AI가 일을 쉽게 만들어 준 건 맞다. 그런데 그 남은 힘을 어디에 쓸지는 AI가 정해 주지 않는다. 사람을 줄이는 쪽을 고르면 일을 따오는 사람부터 멈춘다. 멈춘 사람은 티가 잘 안 난다. 그냥 "할 수 있는 만큼만" 할 뿐이니까.

AI가 판을 흔든다

어떻게 보면 AI가 고인물들을 거덜 내고 있는 건 아닐까.

예전 방식대로 버티던 회사는 AI를 비용 줄이는 도구로만 쓰다가 조금씩 밀린다. 그 사이 AI로 판을 키우고, 판단할 사람을 길러 내는 회사가 새 흐름을 만든다.

AI 시대라서 달라진 건 도구다. 고리를 돌릴지 끊을지는, 여전히 사람이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