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회사에서 전사 AX를 맡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TF 팀장은 아니다. 그런데 하다 보니 실질적으로 끌고 가는 사람이 내가 됐다. 직함이랑 실제 하는 일이 꼭 같지는 않은 거, 회사 다녀 본 사람은 다 알 거다.

회사에 AI를 들여오는 일, 그러니까 전사 AX를 하면서 내가 먼저 정한 건 하나였다. 잘 쓰게 만들기 전에, 일단 출발선부터 세워 주자. 왜 그렇게 정했는지, 해 보니 어땠는지 적어 둔다.

AX, 사람 줄이는 일일까

AX(AI 전환)라고 하면 사람 줄이는 얘기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나는 AX를 좀 다르게 보고 있다. AX는 사람을 줄이는 일이 아니라, 이전에는 못 하던 일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일 같다.

예전엔 이랬다.

  • 개발자가 아니면 개발을 못 했다.
  • 영상 제작자가 아니면 영상을 못 만들었다.
  • 디자이너가 아니면 디자인을 못 했다.

그 사람한테 부탁하고, 순서를 기다리고, 그 사이에 아이디어는 식고. 요즘은 그 벽을 AI가 꽤 많이 허물어 준다. 개발자가 아니어도 화면이 뜨고, 디자이너가 아니어도 그럴듯한 시안이 나온다. 내가 보는 AX는 줄이는 쪽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사람을 늘리는 쪽이다.

문제는, 막상 해 보면 쉽지 않다는 것

여기까지만 들으면 장밋빛이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챗봇은 다들 써 봤다. 질문하면 답해 주고, 메일 초안 써 주고, 요약해 주고. 거기까지는 누구나 한다.

그런데 클로드 코드나 코덱스 같은 걸로 실제 뭔가를 만들려고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써 본 사람은 알 거다. 설치부터 막히고, 검은 화면에 뭘 쳐야 할지 모르겠고, 뭐라고 시켜야 원하는 게 나오는지도 감이 안 온다. 챗봇이랑 이건 자전거랑 수동 운전만큼 다르다.

의지가 있어도, 시작하는 지점까지 가는 길이 쉽지 않다.

그래서 정한 것: 일단 출발선까지 세워 주자

그래서 처음에 말한 우선순위가 나왔다. 잘 쓰는 법을 가르치기 전에, 일단 출발선까지 데려다 놓자.

달리기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다. 제일 힘든 건 빨리 달리는 게 아니라 출발선에 서는 거다. 운동화 사고, 옷 갈아입고, 현관문 나서는 거. 그것만 넘기면 그다음은 생각보다 알아서 된다. 한 번 뛰어 보고, 조금 더 뛰어 보고, 그러다 보면 경험이 쌓이고 속도가 붙는다.

AI도 똑같다고 봤다. 처음 몇 걸음이 제일 무겁다. 그 몇 걸음을 대신 들어 주면, 나머지는 각자 달려간다.

해 보니, 생각보다 잘하더라

솔직히 이 부분은 나도 좀 놀랐다. 출발선에 세워 놓으니 사람들이 생각보다 잘한다.

물론 차이는 있다. 금방 뭔가를 뚝딱 만들어 내는 사람도 있고, 아직 헤매는 사람도 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엑셀도 그렇고 보고서도 그렇고, 모든 일이 원래 그렇지 않나. 같은 도구를 줘도 쓰는 사람마다 결과는 다르다.

그래도 중요한 건, 예전엔 시작조차 못 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각자 자기 속도로 달리고 있다는 거다. 출발선을 세워 주니까 직원들이 이걸 꽤 잘 이용한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AX의 첫 단추다.

물론, 이걸로 끝은 아니다

출발선에 세웠다고 다 끝나는 건 아니다. 달리기 시작한 다음에 생기는 문제는 또 따로 있다.

그 얘기는 다음에 이어서 써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