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쓰면 일이 줄어든다고들 한다. 내 경우는 반대였다.
못 하던 일을 하게 되니까, 일이 늘었다
나는 회사에서 AX를 맡고 있다. 직원이 몇백 명인데, 다들 AI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본다. 답해 줘야 한다. 그 사이에 AX 기획도 하고 개발도 한다.
원래 나는 기획자다. 근데 AI를 쓰니까 개발까지 하게 됐다. 내가 맨날 하는 말이 있다. AX는 못 하던 걸 하게 되는 거다. 그 말이 나한테 그대로 돌아왔다. 못 하던 걸 하게 되니 할 일이 늘었고, 사람은 그대로였다.
솔직히 말하면, 죽겠더라.
인스타에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성공하려면 죽을 것 같은 일을 AX로 바꿔야 한다고. 듣고 좀 웃었다. 내가 지금 죽을 것 같으니까. 그럼 빨리 바꿔야지.
처음엔 데스크톱 앱으로 버텼다
처음엔 있는 도구를 썼다. ChatGPT에서 Codex로 넘어갔고, Claude도 써 봤다. 윈도우 프로그램으로 깔아서 프로젝트 만들고, 세션 열고, 일을 시켰다.
쓰다 보니 두 가지가 걸렸다.
하나는 무게다. 켜 두고 계속 돌리면 메모리를 엄청 먹는다. PC 사양이 조금만 낮아도 잘 안 돌아간다. 하루 종일 일을 시켜야 하는데 그게 버겁다.
다른 하나는 모든 세션이 똑같다는 거였다. 글 쓰는 세션이든 개발하는 세션이든 같은 방식으로 움직인다. 사람 회사라면 영업, 개발, 디자인이 각자 자기 일을 알고 자기 방식이 있다. AI 세션은 매번 똑같은 신입이 앉아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직원처럼 나누면 어떨까. 글 쓰는 직원은 글쓰기 스킬을, 배포하는 직원은 배포 절차를 갖고. 그리고 AI 직원들끼리 일을 주고받으며 협업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사무실을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게 지금 매일 쓰는 이 콘솔이다. 나는 그냥 "콘솔"이라고 불러 왔는데, 이참에 이름을 붙였다. AI 오피스. AI 직원들이 출근해 있는 사무실이다.
요즘 나는 출근해서 Codex 앱도, Claude Code도, 터미널도 따로 열지 않는다. 그것들은 다 따로 놀았다. 무겁고, 하나씩 실행해야 하고, 서로 협업시키기도 힘들었다. 지금은 콘솔 하나만 띄운다.
그 안에서는 이렇게 돌아간다.
- AI 직원 18명이 프로젝트 4개에 나뉘어 있다. 블로그·릴스, 전사 AX, 내 위키, 슬랙 봇.
- 직원마다 맡은 일, 쓰는 AI 모델, 쌓아 온 기억과 스킬이 따로 있다. 이 글은 콘텐츠를 맡은 AI 직원 서아가 정리했고, 공개 전 검토는 AI 직원 하린이 맡는다.
- Claude 직원, Codex 직원, Gemini 직원이 한 사무실에서 같이 일한다. 다 내가 이미 쓰고 있던 계정으로 돈다. 필요하면 API를 불러다 쓰기도 한다.
- 직원마다 대화 칸이 10개라 일을 동시에 여러 개 맡길 수 있다. 자기 일이 아니면 담당 직원의 빈 칸에 직접 넘긴다. 글 쓰던 직원이 고칠 기능을 찾으면 개발 직원한테 넘기는 식이다.

그리고 어디서든 된다. PC든 폰이든, 인터넷만 되면 같은 사무실에 들어간다. 사실 이 연재에 쓸 인터뷰도 폰으로 음성으로 했다. 내가 말로 시키면 AI 직원들이 착착 움직인다.

그래서 요즘 내 하루는 이렇다. 콘솔을 띄워 두고 일을 시키고, 틈틈이 콘솔 자체를 고친다. 필요한 기능을 하나씩 늘릴 때마다 내가 맡을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넓어진다.
메일도 내 방식대로 받는다
일을 이렇게 하다 보니 메일도 많이 온다. 그래서 메일 화면도 내 마음대로 만들었다. 받은 메일은 자동으로 분류되고, 메일 비서 직원이 붙어 있다.
메일 비서한테 "이 메일 답장 써 줘"라고 하면 초안을 쓰고, 내가 보내라고 하면 보낸다. 다른 직원이 처리할 일이 담긴 메일이면 담당 직원한테 넘겨서 일을 처리하게 한다. 메일이 일의 시작점이 된다.

여기서 제일 신경 쓴 건 개인정보다. 주소록과 첨부 원본은 AI 모델에 보내지 않는다. 받는 사람을 지정할 때도 서버가 초안을 직접 고치고, AI한테는 몇 명이 지정됐는지와 헷갈리는 이름이 있는지만 알려 준다. 메일은 내가 보내라고 할 때만 나간다. 투자 계좌 자료도 화면을 보는 동안 메모리에만 두고 저장하지 않는다. 직원한테 일을 많이 맡길수록 이런 선을 분명히 그어 둬야 한다.
회사 일도 직원들이 돌린다
회사에서 쓰는 시스템도 많다. Jira, 슬랙, 사내 그룹웨어. 예전엔 이걸 내가 하나씩 열어서 처리했다. 지금은 시스템마다 맡은 AI 직원이 있다.
- Jira 담당 지안은 이슈를 등록하고 댓글을 달고 진행을 정리한다. 그걸 근거로 주간 보고 초안도 쓴다.
- 슬랙 담당 도담은 슬랙으로 들어온 요청에 답한다. "내일 오후 1시에 회의실 잡아 줘" 하면 그룹웨어에서 빈 회의실을 찾아 예약한다.
- 계정 담당 다온은 회사 AI 서비스 계정을 맡는다. 신청이 들어오면 발급하고, 평일 근무 시간엔 30분마다 누가 계정을 쓰고 있는지 점검한다. 만료가 다가오면 14일, 7일, 3일 전에 안내를 보낸다.
재밌는 건 이 마지막 직원이다. 한동안 안 쓴 계정이 보이면 다온이 결재를 올린다. "이 사용자는 회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만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근거를 보고 "그래, 회수해" 하고 누른다. 신청이 들어와도 마찬가지다. 다온이 정리해 올리면 나는 판단만 하고 "그래, 추가해" 한다. 실제 회수와 발급은 내가 누른 뒤에만 일어난다.

이 일들은 정기적으로 돈다. 나는 결재함만 본다. 솔직히 이 직원들이 없었으면 이 일들은 못 했을 것 같다. 내가 따로 시간을 내서 할 수 있는 양이 아니다.
리서치는 인턴 대신 AI 직원이 한다
회사에서는 자료 조사도 많이 한다. 예전엔 보통 인턴들이 하던 일이다. 사람을 불러서 이걸 왜 조사하는지, 어디까지 보면 되는지 의도부터 한참 설명해야 했다.
지금은 그 설명이 많이 줄었다. AI 직원한테는 딥 리서치 스킬이 있고, 조사한 걸 보고서로 만드는 스킬, 읽기 쉬운 문서로 다듬는 스킬이 따로 있다. 목적과 범위만 말하면 공식 원문과 출처를 찾고, 사실과 추론과 아직 확인 안 된 것을 나눠서 보고서를 만든다. 보고서마다 무엇을 어떻게 확인했는지 적은 검증 기록이 따로 붙는다. 팩트 체크까지 같이 하는 셈이다.
빠르다. 리서치도 빨리 끝나고 보고서도 빨리 나온다. 그러니까 바로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고, 고치고, 보강하는 사이클이 몇 번이고 돈다.
그리고 이게 쌓인다. 내 위키라는 지식 저장소가 있고, 여기는 위키 담당 AI 직원 세 명이 관리한다.
- 회의 녹취를 넣으면 정리된 회의록이 되어 위키에 들어간다.
- 리서치 보고서와 내가 정리한 생각도 위키에 들어간다.
- 위키에 쌓인 내용으로 내 보고서를 다시 업데이트하고, 그 보고서가 또 위키에 들어간다.
지금 원자료 165건이 정리된 위키 문서 219개가 됐다. 일을 할수록 내 지식이 같이 늘어난다. 이게 제일 좋다.

내 생활도 같이 출근했다
회사 일만 맡긴 것도 아니다. 폰 알림도 끝없이 온다. 그것까지 내가 다 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앱을 하나 더 만들었다. 내 폰에 뜨는 알림을 전부 콘솔 서버로 보내는 나만의 안드로이드 앱이다. 이것도 AI 안드로이드 개발 직원한테 시켰다. 테스트까지 30분이 안 걸렸다.
지금은 폰에 알림이 뜨면 바로 콘솔로 들어온다. 콘솔은 5분마다 앱이 잘 붙어 있는지 점검한다. 11월 1일에 켜서 사흘 동안 앱 52개에서 알림 3,556건이 들어왔다.
들어온 알림은 AI가 분류한다. 카드 결제 알림이면 어떤 지출인지 골라서, 확신이 높으면 가계부에 바로 적는다. 애매하면 적지 않고 "이건 이 항목 같은데 맞나요?" 하고 나한테 물어본다. 가계부는 이제 내가 안 쓴다.

나는 가끔 들여다보고 "이건 이렇게 하면 안 되고 저렇게 바꿔"라고 말한다. 그러면 그게 직원의 기억에 쌓인다. 다음부터는 그렇게 한다. 볼 때마다 조금씩 나아진다. 그만큼 내 일이 줄고, 개인 생활까지 처리가 된다.
바란 건 편한 도구가 아니었다
"이런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에서 시작한 게 아니다. 나는 좀 살고 싶었다.
나는 사람이라 24시간 일 못 한다. AI 직원은 토큰만 있으면 24시간 일한다. 그래서 바란 건 이런 그림이었다. 서버에 장애가 나거나 문의가 들어오면, 내가 만들어 둔 패턴대로 AI 직원들이 알아서 응대하고, 고치고, 배포까지 하는 것.
지금은 꽤 그렇게 돈다. 이 블로그도 직원이 글을 쓰고, 검사하고, 배포한 뒤 실제 페이지가 뜨는지까지 확인한다.
일주일 동안 쌓인 숫자
일을 시키는 단위는 "작업"이다. 내가 작업을 만들어 맡기면 AI 직원이 할 일로 등록하고, 필요하면 다른 직원한테 넘기거나 담당을 바꾼다. 끝나면 내 화면에 완료로 뜨고, 나는 결과를 보고 최종 완료 처리를 한다.
나는 개발자가 아니지만, 개발 쪽에서는 커밋 수 같은 걸로 일한 양을 가늠하기도 한다. 그래서 세어 봤다. 지금 콘솔로 옮긴 10월 28일부터 일주일 남짓 동안 이렇게 쌓였다.
| 항목 | 건수 |
|---|---|
| AI 직원 실행 | 4,563회 |
| 주고받은 메시지 | 7,078건 |
| 등록된 작업 | 413건 (완료 399건) |
| 나한테 올라온 결재 | 56건 |
| 커밋 | 1,487건 |
주별 커밋으로 보면 차이가 더 보인다. 지금 콘솔로 옮기기 전 10월 세 주는 한 주에 340~790건이었다. 옮긴 주에는 1,525건이 됐다. 커밋 수가 곧 생산성은 아니다. 그래도 혼자서는 나올 수 없는 양인 건 분명하다. 이 숫자는 따로 한 편에서 더 뜯어볼 생각이다.
끝까지 내가 쥐는 것 하나
다 맡기는 건 아니다. 판단은 내가 한다.
발행해도 되는지, 진행해도 되는지 정할 일이 생기면 직원이 결재를 올린다. 나는 그걸 읽어 보고 정한다. 이 글도 그 결재를 거쳐 올라왔다.

처음부터 잘된 것도 아니다. 첫 번째 콘솔은 AI가 다 만들어 주니까 주먹구구로 만들었다. 돌려 보니 에러가 끝도 없이 났고, 결국 갈아엎고 두 번째를 만들었다. 그 얘기는 다음 편에 쓴다.
해 보니 남는 생각
만들어 돌려 보니 확실해진 게 하나 있다. 이런 걸 제대로 돌리려면 토큰이 많아야 한다. 직원이 24시간 일하는 만큼 토큰이 든다. 요즘은 돈이 권력이 아니라, 토큰이 권력인 것 같다.
투자도 그렇다. 토스증권 API를 붙여서 내 계좌를 내가 보고 싶은 방식으로 보는 화면을 만들었다. 조회만 한다. 자산이 어디에 얼마나 나뉘어 있는지, 실현 손익과 배당이 얼마인지, 원금은 얼마나 회수했는지를 내 기준대로 정렬해서 본다. AI 직원이 장기 투자 브리핑과 미래 예측 보고서도 주기적으로 써 준다.
토스 앱이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다. 좋은 정보가 많다. 다만 모든 사람을 위해 만든 앱이라서,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내 순서대로 보여 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걸 제품으로 만들어 팔면 어떠냐는 생각에는 지금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내 콘솔은 내 일, 내 알림, 내 가계부, 내 투자에 맞춰 자랐다. 다른 사람은 다른 게 필요하다. 나만의 정보를 보려면 결국 각자 자기 것을 만들어야 한다. AI가 그걸 가능하게 해 줬다. 나도 그렇게 만들었다.
AI 때문에 일이 없어질 거라고 보는 경영진이 많다. 현장은 반대다. 일은 늘고 사람은 그대로다. 나처럼 AX를 하면서 이 간극을 붙잡고 고민하는 사람, AI로 일하는 사람들한테 이 연재가 쓸모 있으면 좋겠다.